이 글은 25개국쯤 됐을 때 적었다. 지금은 30개가 넘었고, 세는 것도 그만뒀다. 베를린에서 이 글을 다시 읽었다. 여행은 끝났지만, 그때의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.
발이 아팠다. 싱가포르에 도착한 첫날 기억나는 건 그것뿐이다. 스카이라인도 아니고, 습기도 아니고, 문화 충격도 아니고 — 그냥 발이 아팠다. 9시간을 걸었다. 잠이 오지 않아서. 몸을 지치게 해야만 잠들 수 있던 시기였다.
「처음으로 한국을 떠나던 날」에 적었듯이, 나는 마이너스 통장과 가방 하나를 들고 떠났다. 계획은 — 프리랜서 일을 구하고, 살아남고, 나머지는 나중에 생각하는 것.
나머지에 몇 년이 걸렸다.
사람들이 "30개국을 여행했다"고 하면 상상하는 것: 인스타그램. 해변. 코코넛. 노트북.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스타일.
실제로 생긴 것: 땀 냄새 나는 호스텔. 40분마다 끊기는 와이파이. 말이 안 통하는 집주인과의 언쟁. 코사무이에서 식중독 걸려서 화장실 바닥에 3일 동안 누워 있으면서 — 이렇게 끝나는 건가, 생각하는 것. 드라마틱하지도 않게. 그냥 한심하게.
화려함은 간헐적이었다. 불편함은 상수였다.
돌아갈 곳이 없어서 여행하는 것은 — 여행이 아니다. 모험을 선택한 것과, 정착할 곳이 없는 것은 다르다. 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전자였다. 실제로는 후자였다. 모든 공항 출발 게이트는 시작인 동시에 — 아직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확인이었다.
교훈은 교훈의 형태로 오지 않았다. 축적된 불편함이 — 어느 순간 뭔가를 재배치하는 것에 가까웠다.
발리에서 우연히 핸드폰을 잃어버렸다. 한 달 동안 5만 원짜리 폰으로 살았다. SNS 없이, 메시지 앱 없이. 그 한 달이 몇 년 만에 가장 행복했다. 왜인지 한참 뒤에야 알았다 — 핸드폰은 연결이 아니라 목줄이었다.
포르투갈에서 10년째 여행 중인 사람들을 만났다. 아무것도 없었다. 로맨틱한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— 갇힌 종류의 빈손. 자유를 최적화하다가 공허에 도착한 사람들. 매일이 구조 없이 흘러갔고, 관계는 전부 임시였다. 그들은 자유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— 그때 배웠다, 자유에 대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이 가장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.
태국에서는 관광이라는 이름 아래 돌아가는 착취의 경제를 봤다. 서양 남자들이 돈과 피부색으로 작은 왕국을 세우는 걸 봤다. 역겨웠다. 동시에 — 나 자신을 살펴봤다. 나는 달랐나? 노트북과 프리랜서 수입을 들고 동남아를 돌아다니는 한국인 여자. '나를 찾는 여행'과 '더 싼 나라를 소비하는 것' 사이의 경계는 — 인정하고 싶은 것보다 얇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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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0개국이 가르쳐준 것.
자유는 의무의 부재가 아니다. 선택의 존재다. 이건 베를린에서야 배웠다. 달리기를 멈추고 선택하기 시작했을 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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편안함은 자기 인식의 적이다. 불편했던 나라마다 뭔가를 배웠다. 편안했던 나라에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.
우울증은 위도를 따라가지 않는다. 새 나라마다 2주 정도는 신선했다. 그리고 신선함이 사라지면 — 서울에서 새벽 3시에 하던 생각을 리스본에서 새벽 3시에 똑같이 한다. 풍경이 바뀌어도 대본은 바뀌지 않는다.
집은 찾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. 30개국에서 집을 찾으려 했다. 못 찾았다. 결국 베를린에서 만들었다 — 천천히, 우연히, 당시에는 건설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던 작은 선택들의 축적으로.
「원격근무는 게으른 게 아니다」에서 쓰겠지만 — 여행이 가르쳐준 진짜는,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일하느냐라는 것이었다. 30개국을 돈 뒤에야 그걸 알았다는 게 — 좀 비싼 수업료이긴 했다.
여행을 후회하지는 않는다. 여행이 나를 고칠 거라는 기대를 후회한다. 여행은 어떤 벽을 무너뜨려야 하는지 보여주는 데는 탁월하다. 하지만 무너뜨리는 것은 짓는 것이 아니다. 나는 그 차이를 알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.
당신은 지금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나요? 아니면 어딘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나요? 그 차이를 아나요?
Thread: The Lost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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